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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키우는 말의 힘: 의성어・의태어・관용어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무엇을 얼마나 줄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주변 사람과 비교하며 사는 것이 일반화된 요즘, 자주 이런 미안함을 느낀다. 우리 예술가들 중 누구는 결혼을 준비하고, 누구는 출산을 기다리고, 누구는 육아에 힘쓰며 사는 중이다. 우리 모두는 줄 수 있는 게 적어,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으로 요즘을 산다.

그러다 문득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을 발견한다. 바로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다. 눈 맞추며 밥 먹기, 놀이 세계로 초대하는 아이들의 제안에 응하기, 예쁜 구름과 찬 바람을 함께 감각하며 이야기를 주고받기. 이 시간만큼은 누구보다 많이, 제대로 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런 발견과 확신은 집에서도 작업 때문에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떼어놓지 못했던 일상에 변화를 가져온다.

그렇게 함께 보내는 시간에 집중하다 보니, 아이보다 우리 어른들의 언어가 부족함을 느낀다. 아이들의 소리와 말은 변화무쌍하다. 매 순간 상상과 변형이 일어난다. ‘모든 어린이는 시인’이라는 말이 사실이었다. 반면 우리 어른들의 표현은 왜 이렇게 제한적일까. 게다가 때때로 예쁘지 않은 말로 아이들과 대화하다 보니, 아이들이 우리의 제한적인 언어를 그대로 모방하며 답습한다. 아이가 어른 말을 흉내 낼 때면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씁쓸하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조금 더 그들의 세계에서 오래 머물며 함께 놀고 싶은 마음으로, 의성어·의태어·관용어로 그들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으로 말이다. '살랑살랑' 다가오는 봄바람을 느끼고, '꾸벅꾸벅' 아이와 함께 낮잠을 자고 일어나, '냠냠' 맛있는 간식을 나누며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장 특별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1회차 3월 7일(토) 11:00~13:00

주제

시간과 공간에 적응하기

 

내용

  1. (예술가) 관심 갖지 않기: 아이들이 스스로 탐색할 시간을 확보한다.

  2. (참여자) 공간 및 사람 탐색: 낯선 환경과 타인을 살핀다.

  3. 동요와 함께하는 연극적 움직임: '뚱보새' 등의 곡으로 소리와 언어를 모방한다.

  4. 의성어 몸짓: 소리를 내며 그 질감에 맞춰 움직인다.

  5. 의성어 기차 여행: 소리의 흐름을 따라 이동한다.

 

기록

  1. 관계를 서두르지 않는다. 억지로 다가가지 않고 관계가 자연스럽게 피어나길 기다린다. 참여자들은 공간의 가장자리에서 시작해 조금씩 중앙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간다. 이미 서로 아는 사이인지 적응이 빠르고 탐색이 짧다. 가장 어린 막내도 '뚜벅뚜벅', '성큼성큼' 언니 오빠들 사이를 누빈다. 시간이 흐르자 참여자들이 예술가 세 명에게 관심을 갖고 매달리기 시작한다. '함께 시간 보내기'를 할 준비가 끝난다.

  2. 동요를 연달아 재생한다. 아이들의 일상에 이미 존재하는 연극적 표현들을 움직임, 소리, 언어로 분류해 본다. 동요에 맞춰 신나게 움직이고 열정적으로 소리 내며 무리 지어 말한다. 현장은 뜨겁고 예술가들은 땀범벅이 된다. 활동이 끝나자 모든 참여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물을 찾는다.

  3. 기존 언어 도식을 탐색한다. 참여자들이 의성어와 의태어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지 살핀다. 이미 이야기책과 어린이집 등을 통해 풍부한 표현을 익힌 상태다. 우리 말이 가진 힘으로 일어날 앞으로의 연극을 기대한다.

 

한계점

  1. 움직임이 많아 휴식이 필요한 참여자가 발생한다. 쉼이 필요한 아이들을 세밀하게 살필 관리 인력이 필요하다.

  2. 놀이에 몰입하다 가습기 통을 엎지르는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 공간 내 위험 요소를 재점검하고 사전 안전 교육을 강화한다.

  3. 첫날이라 100분 정도 경과하자 보호자를 찾는 아이들이 생긴다. 막내는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충분히 울며 마음을 표현할 시간을 제공하고 스스로 진정해 활동으로 복귀하도록 돕는다. 단, 막내는 예외적으로 안아주며 안정을 돕는다.
     

예술가의 시선

김태연 예술가

연극으로 배우는 말의 힘. 첫 수업이다. 당일 마주한 유아 14명의 에너지는 예상보다 어마어마하다. 아이들의 개성 또한 강렬하다. 인원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자연스럽게 무리가 형성되기에, 초반에는 이 흐름을 세밀하게 신경 써야 한다.

새로운 공간과 인물, 놀이 방식에 흥분한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모든 것을 조심스럽게 탐색하는 친구들도 있다. 자신을 드러내기는 어려워해도 새로운 자극을 잘 받아들이는 친구, 흥미와 조심성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친구도 존재한다. 한 명 한 명 자신만의 고유한 스탠스를 유지하며 우리를 마주한다.

우리는 이 아이들에게 어떤 선생님으로 남을까. 이번 기수가 끝날 때 나는 어떤 '텐텐'으로 기억될까. 사실 아직 어린 친구들의 마음을 다 알지는 못한다. 애정하는 조카가 있지만, 처음 만나는 아이들과 관계를 시작하는 일은 늘 고민이다. 앞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이들과 어떤 시간을 보낼지, 수업이 끝난 뒤 그들에게 내가 어떤 존재로 남아 있을지 궁금하다.

김해웅 예술가

'첫 수업'. 아이들과의 첫 만남은 늘 떨린다. 예상대로 펼쳐지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한 명씩 들어와 천천히 공간을 살피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각자의 방식으로 공간에 존재한다. 우리의 시간과 아이들의 시간은 다르다. 나의 시간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면 불안해지지만, 아이들 시간으로 바라보면 여유가 생긴다.

지난 프로젝트보다 인원이 많아져 함께 움직일 때 일어나는 에너지가 다르다. 이전 작업에서 만났던 아이들은 새로운 친구들에게 보이지 않는 얇은 실을 건네듯 미세한 떨림과 흐름을 전달한다.

 

예술가가 리더가 되어 걷고, 멈추고, 뛴다. 순간순간 마음이 흐르는 대로 움직인다. 첫 시간이라 그런지 아이들과 호흡해야 한다는 욕심에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한다. 내가 이 놀이 안에서 진심으로 놀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은 놀이가 아니라 노력이 되어버린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놀이에 빠져드는 것처럼 나 또한 그 안에 머물면 되는데, 욕심을 부리는 순간 '놀이를 하려는 노력'이 된다. 다음 시간에는 조금 더 '나'에게 집중해 보려 한다. 그때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반응하는 시도를 하고 싶다.

서경원 예술가
참여자가 북적북적하다. 마치 놀이터 같다. 놀이터에서 만난 아이들과는 함부로 어울려 놀 수 없었지만, 이곳에서 만난 아이들과는 마음껏 그럴 수 있음에 신이 난다. 정말로 그렇다. 땀이 많이 난다. 참여자들과 상당 시간 뛰자 지친 아이들이 속출한다. 에너지 조절이 필요하다. 얘들아, 미안하다.

2회차 3월 14일(토) 11:00~13:00

주제

익숙한 이야기를 의성어, 의태어, 관용어로 표현하기

*활용단어: 철푸덕, 무릎을 치다, 덩실덩실, 손에 땀을 쥐다, 도란도란, 흥청망청, 다리 뻗고 자다, 히죽히죽, 후들후들, 쫑긋쫑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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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1. 연극표현실습. 예술가와 함께 움직이는 연극적 표현(소리, 움직임, 언어)

  2. 이야기 듣기와 표현

  3. 정지된 몸의 모양으로 장면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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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1. 무의식적인 모방과 창조가 일어난다. 지난주에 이어 참여자들은 예술가를 신뢰하며 그 움직임과 소리를 거침없이 따라한다. 서사와 논리는 부재하지만, 마치 고도로 훈련된 즉흥 연기자들처럼 우리만의 고유한 흐름을 만든다.

  2. 모두가 리더가 된다. 모든 참여자가 한 번씩 리더 역할을 수행하며, 리더의 움직임과 소리를 구성원 전체가 복제한다. 단순한 흉내를 넘어, 타인의 표현을 마치 자신의 재료인 것처럼 체화하여 내뱉는다.

  3. 익숙한 서사를 재구성한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의성어, 의태어, 관용어로 다시 쓴다. 특정 표현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말이 지닌 연극적 의미를 몸소 이해한다.

  4. 몸으로 말을 채운다. 언어를 머리로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주체적인 몸의 언어로 변환한다. 예술가들은 '정지된 몸'이라는 형식적 틀만 제공하고, 그 안의 서사는 참여자들의 움직임과 소리가 채운다.

한계점

  1. 유아적 현존에 대한 이해: 예술가의 말에 집중하는 아이들의 태도는 다양하다. 정숙하거나 얌전하다고 해서 반드시 몰입한 상태는 아니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유아들이 수업 현장에서 존재하고 몰입하는 특성을 깊이 있게 고찰해야 한다.

  2. 역할 분담의 필요성: 모든 예술가가 활동 중심부에 매몰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최소 한 명은 전체를 조망하며 화장실 이용, 수분 섭취, 자리 이탈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하는 조율자 역할을 수행한다.

예술가의 시선

김태연 예술가

부모님들이 사전에 체크해 주신 단어들을 녹여내어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새로 만든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말의 뜻과 형태를 설명한다. 말의 에너지와 질감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빨리빨리'처럼 속도가 중요한 단어는 천천히 움직이다가 점차 가속을 붙여 움직임의 대비를 보여준다. 읽어내는 속도와 움직임의 차이를 이용해 단어의 모습을 구체화한다.

'손에 땀을 쥔다'는 관용어에는 '긴장감'이라는 감정을 입힌다. 누군가 나를 쫓아오는 상황이나 부모님이 다투는 긴장된 순간을 연기하며 아이들에게 말의 에너지를 전달한다. '흥청망청'은 상황과 에너지가 결합했을 때 설명의 효율이 높다. 심부름길에 마주친 유혹에 굴복해 욕심을 부리는 짧은 1인극을 보여준다. 호랑이가 주는 떡과 늑대의 솜사탕을 사 먹느라 정작 사야 했던 바나나와 우유를 사지 못한 상황. '흥청망청'은 그렇게 아이들에게 각인된다.

아이들은 아직 만나야 할 말이 많다. 말의 형태와 색깔, 에너지를 재미있게 알려주어 언어에 대한 친숙함을 제공하고 싶다. 단순히 단어에 국한되지 않고, '말'이라는 것이 바르고 다채로운 표현이자 명확한 전달의 수단으로 확장되길 바란다.

김해웅 예술가

아이들이 논다. 그 모습을 그저 바라본다. 내가 과연 그들 세계를 온전히 알 수 있을까? 내 안의 깊은 생각조차 다 알지 못하는데, 그들의 세계를 나의 언어로 단순화하여 이해한다는 것은 오만한 일이다. 바라보는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놀이들을 '발견'한다. 무언가를 가르치려 들기보다 의도적으로 멈춰 서서 그들이 던지는 행동에 반응하고 함께 놀아본다. 그때 비로소 달라지는 감각들을 체험한다.

순간순간 수많은 상상과 변형이 일어난다. 자동차는 소방차와 앰뷸런스가 되고, 공간은 사막의 대왕 거미 서식지에서 아이스크림 가게로, 다시 독이 있는 강철 코브라가 나타나는 피자가게로 바뀐다. 그 뒤바뀌는 세계 안에서 우리는 함께 존재한다.

이야기 속 의성어와 관용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주 집중력을 잃는다. 여기서 욕심이 생긴다. 하나하나 다 알려주고 싶은 마음과, 한두 개라도 즐겁게 배우며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 속에 함께 머물고 싶은 마음이 충돌한다. 앞으로 세상의 약속과 의무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이 시간만큼은 다른 차원의 시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한다. 조금 더 힘을 빼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려 한다. 아이들의 세계를 정의 내리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시도한다.

서경원 예술가

작은 인간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해야 할 때, 언어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까 고민한다. 유아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안에 몰입한다. 어른들은 이를 두고 '소통이 안 된다'거나 '말이 안 통한다'고 평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나, 이는 철저히 '언어'를 소통의 중심에 두었기 때문에 생기는 판단이다.

이번 프로그램의 목표는 언어 외적인 요소로 아이들과 소통하고, 그것을 연극적 표현으로 이어지게 하는 데 있다. 내가 한국인이라고 해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로만 소통하려 하고, 한국어를 못하는 상대를 탓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중요한 것은 소통하고 싶어 하는 태도,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우리는 이 '작은 인간'들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그 본질적인 고민을 이어가는 중이다.

3회차 3월 21일(토) 11:00~13:00

주제

익숙한 이야기를 의성어, 의태어, 관용어로 표현하기

*활용단어: 깔깔깔, 나긋나긋, 들썩들썩, 희희낙락, 머쓱머쓱, 머뭇머뭇

내용

  1. 예술가와 함께하는 몸풀기: 속도, 위치, 모양, 높이, 방향, 언어, 소리, 움직임, 앉기, 서기, 눕기 등 다양한 신체 활용.

  2. 소리와 몸짓으로 만나는 이야기: 6개의 의성어·의태어를 활용해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구현하기.

  3. 단어의 체득: 오늘 배운 단어들을 소리 내어 말하고 몸으로 움직여 보기.

기록

  1. '작은 인간'들과 소통하기 위해 언어 외적 형식을 사용한다. 장황한 설명 대신 곧바로 극적인 상태에 몰입하며 밀도 높은 몸풀기를 진행한다. 동일한 목적을 위해 벌써 세 차례나 다른 시도를 이어가는 중이다. 아이들에게 언어로 지시하기보다, 그들과 동시에 극적 세계에 놓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2. 참여자들은 이야기 활동에서 강력한 집중력과 놀이성을 보여준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는 그 자체로 매혹적인 초대장이다. 오늘도 개성 강한 참여자 전원이 '토끼와 거북이'의 세계 속으로 무사히 진입했다. 오늘 경험한 6개의 단어를 변형하고 발전시키며 소리와 움직임으로 재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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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점

  1.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 극적 순간을 위해 준비한 12곡의 음악과 쉬고 싶을 때 활용하도록 둔 장난감들이 오히려 예술가와의 몸풀기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되었다. 다음 4회차 수업에서는 음악과 장난감 없이 진행해 보려 한다.

  2. 주체적인 놀이로의 전환. 현재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안에서 의성어·의태어·관용어를 익히는 단계다. 여러 이야기를 탐색하기보다 익숙한 서사를 새로운 단어로 다르게 표현하는 재미를 찾아가는 중이며, 참여자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다만 4회차에서는 전환이 필요하다. 참여자들이 더 주체적으로 놀이를 이끌 수 있도록 리더는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를 위해 의성어·의태어·관용어를 미술, 전시 등 다양한 재료로 형상화하고, 공간 전체를 해당 단어들로 꾸며볼 예정이다.
     

  3. 유연한 수용의 태도. 상황을 통제하기보다 흐르게 두는 여유가 필요하다. 한 참여자가 "그때 티라노가 나타났어!"라며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제안했을 때, 당황한 예술가들은 이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 순간 아이는 흐름을 방해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중에 갑자기 티라노라니...' 싶었지만, 수업 후 복기해 보니 수용할 방법은 충분했다. 재빠른 토끼가 스스로를 티라노라고 믿고 공룡처럼 행동한다는 식으로 설정을 이어갈 수도 있었다. 아이들의 상상력 앞에 더 유연해져야 함을 느낀다.

예술가의 시선​​

김해웅 예술가

요즘 아이들 놀이를 관찰하는 중이다. 순식간에 놀이 속으로 빠져들고, 그 안에서 수많은 변형이 일어난다. 자세히 보고 있으면, 또 자세히 듣고 있으면 아이들이 하는 말과 행동에는 우리의 일상이 녹아 들어가 있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정비사가 되어 자동차를 수리하는 아이, 장난감 전화기를 차단봉 삼아 자동차들의 가는 길을 막고 입구를 닫고, 열어주는 아이, 사고가 나면 보험차량이 되어 사고 현장에 도착해서 사고차를 견인한다.

 

하얀색 주사위는 아이스크림이 되고, 그 위에 빨간색 고무줄이 걸쳐져 있으면 어느새 딸기 아이스크림이 된다. 아이스크림 가게가 되었다가 순식간에 카페로 변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놀이 안에는 우리의 일상이 담겨 있고, 아이들은 모방과 변형을 통해 어른들의 세상을 놀이로서 이해하려는 시도를 한다.

 

이 힘은 어디에서 오는걸까? 알고 싶어하는 마음일까? 배우고 싶어하는 의지일까? 나도 어릴 적 장난감 자동차를 정말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과 함께 장난감 자동차 하나를 들고 아이들의 세상으로 들어간다. 어린시절 나의 모습이 되어.
 

서경원 예술가

수업 시작 전, 아이들은 서로를 기다린다. 누가 왔는지, 안 왔는지, 어디 있는지 서로 이름을 부르며 묻는 모습이 경이롭다. 아이들의 머릿속에 타인의 형태가 그려지기 시작했다는 의미일 테다. 그렇다면 그 형태에 담긴 느낌과 기분은 어떻게 인지하고 있을까? 이토록 친구들이 보고싶고, 좋았을 때가 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염세적으로 변한 걸까. '친구 따윈 필요 없다',  '나 혼자면 충분하다'고 차가워진 건 언제부터일까. 아이들을 보며 나 자신을 잠시 돌아본다. 

참여자들이 소리와 몸으로 경험한 단어들을 실제 언어(말)로 사용하기 시작할 때, 그 기특함에 우리 어깨가 들썩들썩한다. 언어가 가진 기호적·기의적 측면이나 논리는 사실 어른들의 '언어'다. 우리는 예술을 매개로 어른 언어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언어로 접근하는 중이다. 하지만 문득문득 시험 성적처럼 눈에 보이는 결과값을 바라는 어른의 마음이 고개를 든다. 이 모든 경험과 찰나의 순간들을 수치화된 결과로 산출하지 않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4회차 3월 28일(토) 11:00~13:00

주제

익숙한 이야기를 의성어, 의태어, 관용어로 표현하기

*활용단어: 귀가 번쩍 뜨이다, 말이 짧다, 귀에 쏙쏙 들어오다, 둘도 없다, 의기투합하다, 하늘이 무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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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1. 단어 속성을 이용한 몸풀기: '의기투합' 달리기 시합과 '의기투합' 보석 쌓기 활동을 진행한다.

  2. 상황 속 몰입 유지: 단어를 관념으로 이해하지 않고, 극적인 상황 안에서 직접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3. 숲속 동물들의 칭찬을 가장 좋아하는 토끼는 자기를 칭찬하는 소리가 들리면 '귀가 번쩍 뜨인다'. 자신의 달리기에 대한 소문을 듣기 위해 숲을 돌아다니고, 그런 칭찬들은 토끼의 '귀에 쏙쏙 들어온다'. 그러던 중 느릿느릿한 거북이를 만나 놀리다가 결국 싸움이 난다.
    사자 왕은 숲속에 싸움이 났다는 소식에 '귀가 번쩍 뜨여' 토끼와 거북이를 호출한다. 토끼가 "내가 뭘 잘못했느냐"고 따지자, 사자는 "말이 짧다!"며 호통을 친다. 토끼는 즉시 태도를 바꿔 존댓말을 하며 예의를 갖춘다. 사자는 "너희 아빠들은 '둘도 없는' 친구로 '의기투합하며' 잘 지냈는데 너희는 왜 싸우느냐"며 혼을 낸다. 이어 계속 싸울 거면 잡아먹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정정당당하게 달리기 시합을 하라고 명령한다.
    토끼와 거북이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끼지만, 이내 토끼는 "어차피 내가 질 일은 없잖아?"라며 무릎을 탁 치고 시합에 응한다. 이 소문은 다시 숲 전체로 퍼지고 동물들은 '귀가 번쩍 뜨여' 누가 잡아먹힐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본다. 시합 결과 토끼가 지고 사자가 잡아먹으려 하자, 거북이가 토끼를 살려주자고 제안한다. 결국 둘은 싸우지 않기로 약속하고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의기투합하며' 행복하게 살게 된다.

기록

  1. 한 주 혹은 몇 주를 쉬고 온 참여자들이 컨디션 난조를 보인다. 보호자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울음을 터뜨리자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한 아이가 울기 시작하니 다른 아이들도 따라 운다. 하지만 섣부른 초대는 금물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 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야 한다. 어느새 가랑비에 옷 젖듯 공간에 녹아든 참여자들은 울음을 멈추고 활동을 흥미롭게 바라본다.

  2. 텐텐쌤이 준비한 몸풀기 활동은 비상하다. 엉뚱한 상상력으로 참여자들을 흥분시킨다. 끈으로 두 명의 다리를 연결해 함께 뛰게 하고, 보석을 함께 쌓게 하며 경주를 붙인다. 참여자들은 '의기투합'이라는 생소한 단어를 몸으로 직접 감각하며 배운다.

  3. 새로운 단어로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사자가 처음 등장한다. 많은 참여자가 사자 역을 원한다. 특히 사자 역을 맡은 한 참여자가 매우 능동적으로, 긴 문장의 대사를 이어가는 유의미한 발견을 한다. 지난 활동에서 배운 단어들이 누적되면서 아이들의 표현 또한 한층 다채로워진다. 활동이 끝난 후 모두가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한계점

아이들은 주변 영향을 크게 받는다. 소수의 참여자가 활동 밖으로 나갔을 때, 그들을 다시 초대할 수 있는 통제와 방임 외의 방법은 무엇인가. 다수의 몰입 경험을 지속하기 위해 무엇을 더 고민해야 하는가.

예술가의 시선

김태연 예술가

아! 오늘은 시작부터 여러 친구들이 우는구나!! 좋다! 많이많이 울어라!! 결국은 웃게 될 것이니!

 

새침떼기 친구들이 곁을 내주지 않다가 어느 순간 마음을 열고 금은보화보다 값진 웃음을 건네주는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이걸 보려고 목과 허리에 담이 걸리고 옷은 늘어나며 여기저기 고사리손톱자국을 견뎠던 것일까-하며 생각한다. 그들이 나에게 주는 선물에 보답하려면 나도 이 공간에서 진짜로 재미있게 노는 사람이 되어야지-하는 결심을 여러 번 하게 된다.

 

내 성격을 바꾸게 되고 보다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가면을 쓰지만, 결국 그들과 마음이 동할 때는 따로 있는 것 같다. 어느덧 유대가 형성되고 나에 대한 존재가 어떻게든 그들에게 각인되고 있기에 남은 회차들을 더 의미 있게 채우고 싶은 욕심이다.

 

나는 어린이 지도교사가 아니다. 자유롭게 움직이고 생각하고 말하는 예술가이다. 그렇기에 내가 마주하는 진정한 예술가(참여자)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이 공간에 현존한다. 이 예술가들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놀잇거리를 제공하고 나를 식은땀 나게 하며 나를 감동시킨다.

 

오늘은 동물의 왕 사자도 되어보고 느리지만 꾸준한 거북이도 되어보고 빠르고 날렵하지만 자기자랑을 좋아하는 토끼도 되어보았다. 여러 의성어·의태어·관용어를 통해서 이야기를 재구성하며 역할 놀이를 하는 것은 정말 재밌다. 다음 수업은 꼬맹이 예술가 친구들보다 더 재밌게 놀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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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웅 예술가

아이들은 그날그날 미묘하게 컨디션이 다르다. 우리도 매일매일이 달라지는데 아이들이라고 다를까. 오늘의 내가 가장 나답다. 어제를 아무리 그리워해도, 미래를 아무리 생각해봐도 오늘이 없다면 둘 다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의 아이들을 바라본다. 들어오는 순간부터 전사가 되어 활을 쏘고 총을 쏘고 칼을 휘두르며 들어오는 아이, 울며 이렇게 서러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서럽게 우는 아이. 들어오자마자 선생님들에게 하이파이브를 하며 바로 공간에 적응하는 아이. 등 각약각색이다.

나도 어릴 적 엄마가 집에 안 계실 때, 엄마 옷을 붙잡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께서는 이 이야기를 아직도 가끔 하신다. 자연스러운 시간이고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만의 감각을 키우며, 경험하고 배워나간다. 울고 있는 아이들에게 '울지마' 라고 하지 않는다. '나도 엄마 보고 싶다' 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컷 울고 나면 함께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이 목걸이에 색깔이 많네. 무슨 색 좋아해?" 
"나 보라색, 연두색 좋아해"
"넌?" 
"나는 분홍색이 좋아" 
"난 하늘색!" 

 

어느 순간 엄마가 언제 오냐며, 엄마 보고 싶다고 울던 아이들은 집중하는 관객이 되어 이야기 속으로 스며든다. 처음에는 '난 안 할거야'라던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고 이야기를 듣고, 다른 아이들이 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몸이 이끌려 이야기 속 장면으로 들어가 있다. 적극적이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그 적극적이라는 기준은 우리의 기준으로 바라본 적극성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집중력은 놀랍다. 

 

늘 경계해야 할 지점이다. 내가 편하고 익숙한 안경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 색안경을 벗고 도수를 덜어내고 바라보는 연습, 안경 없이 바라보는 연습. 해석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기. 이런 시도를 통해 아이들과 진정한 만남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하며 다음 수업을 기다려본다. 기대는 경험을 만드니까.

서경원 예술가

사정상 최근 3개월간 이사를 두 번 했다.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을 3개월 만에 두 번 옮겼다. 매일 아침 "어린이집 가기 싫어"라고 말했다. 평소에 이놈... 뭔가 'E'는 아니고 'I'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억지로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마음에 걸렸다. 어린이집 원장님은 '최대한 빠르게 인사하고 헤어지라'고 조언했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 않았다. 그 낯선 곳에서 얼마나 울려나, 몸살 걸렸을 때 살갗을 스치는 모든 게 쓰라린 것처럼, 그 시공간에서 어떤 것을 감각할 것이며 그것이 어떤 기분으로 이어질지... 출근하는 내내 신경쓰였다.

이 예술 활동에 오는 어떤 참여자들도 오기 전에 '가기 싫다'고 할 텐데, 어떤 참여자는 도착해서 엄마와 헤어지기 싫다며 '눈물 뚝뚝'하고 있는데, 지켜보는 내내 미안했다. 두 번 어린이집을 옮겨 다니며 울고 있던 내 아이가 겹쳐 보인다. 참여자 모두에게 충만한 미적 경험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자책하게 된다.

 

요즘 나는 일상 속 모든 순간에 예술가로서 그리고 창작자로서 어떤 태도여야 할까 고민한다.

5회차 4월 4일(토) 11:00~13:00

주제

익숙한 이야기를 의성어, 의태어, 관용어로 표현하기

*활용단어: 야들야들(요리), 퐁퐁퐁(목욕), 아른아른(봄), 찌르르(여름), 사각사각(가을), 포근포근(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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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1.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 확장판. 숲속의 왕 사자 생일 파티.

  2. 사자 생일 파티에 숲속 동물은 요리를 직접 만들고 가져간다.

  3. 요리 맛을 보고 의성어, 의태어, 관용어로 표현한다. 그 요리는 '야들야들', '쫄깃쫄깃', '질겅질겅', '노릇노릇' 등 하다. 

  4. 파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동물들. 요리와 파티로 인해 몹시 더러워졌다. 시원하게 '퐁퐁퐁'하니 '아른아른' 잠이 온다. '찌르르' 그리고 '사각사각' 소리 들으며, '포근포근' 이불 속에 폭 들어가 잠을 청한다.

기록

  1. 음식 재료는 직접 만드는 재미를 해치지 않을 만큼만 미리 준비. 가위를 사용할 때는 무엇보다 안전에 유의하도록 안내. 세 명의 예술가는 참여자들을 그룹별로 나누어 전담한다.

  2. 자르고, 오리고, 그릇 위에 배치하는 일련의 행위가 이야기 속 극적 상황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참여자는 요리를 만들며 식감을 '탱글탱글'하게 할지, 혹은 '사르르' 녹아내리게 할지 스스로 선택한다.

  3. 참여자들은 주어진 환경과 재료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배열하고 조직하여 하나의 작품(요리)으로 승화. 여기에 이름(두쫀꾸, 스파게티, 피자 등)을 붙이며 스스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를 이어간다. 바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예술'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예술가의 시선

김태연 예술가

이 아이들을 다섯번째 만나고 있다. 물론 연속등록을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말이다. 그들과 마주하게 되는 이 순간들은 정말 하루하루가 긴장과 기대의 연속이다.

정말 기분좋고 보람찬 하나의 사실은 그들이 나에게 수시로 안겨든다는 것... 나는 완벽한 존재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느님도 부처님도 엄마도 아빠도 흰색도 검은색도. 하지만 이 세상에 가장 완벽한 존재는 바로 '유아'라고 생각한다. 그들 언행에는 절대적인 자아 표현 이외 어떤 의도가 포함되지 않는다.

 

이것은 즉, 인간임을 알고 있는 의식적 상태와 동물의 무분별한 본능 사이 가장 고결하고 퓨어한 상태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철학적이고 인문학적 용어가 많이 드러나서 이 글을 보는 이로 하여금 '왜 저리 어려운 말을 쓸까' 라고 한다면 나는 그냥 이 정도 언어밖에 활용하지 못하는 탓이고, 이 외 다른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하는 탓이다. 나는 언어로 어린이 존재를 규정할 수 없다. 

내가 그 존재와 함께 할 수록 그들을 통제하고 교조하고 이끌고 싶다는 마음보다, 그들에게 배우고 경외하며 숭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차고 넘친다. 우리 왕머리쌤도 아서쌤도 너무너무 존경하지만, 우리 성미산예술교육 2기 '연극으로 키우는 말의 힘' 친구들을 진심으로 추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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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웅 예술가

아이들 선택과 행동은 번개처럼 빠르고 천둥처럼 거침이 없다. 어른들처럼 앞뒤를 재거나 망설이지 않고 단숨에 이야기 속으로 뛰어드는 그 유연함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평범한 A4 용지 한 장을 세상에 없던 보물로 변신시키고, 방금 본 낯선 동물을 평생 알고 지낸 친구처럼 껴안는 힘. 그 찰나의 순간,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상상과 변형이 폭발하듯 일어난다.

 

아이들을 보며 '예술가' 원형을 발견한다. 세월에 깎여 희미해진 나의 감각들, 마음속 깊은 서랍 구석으로 밀려난 순수함을 다시 꺼내기 위해 나는 오늘도 아이들과 눈을 맞춘다.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불안해하지 않고, 오직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무는 힘. 자신의 선택을 믿고 거침없이 나아가는 그 당당한 생명력을 나 또한 배우고 싶어 집중한다.

오늘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나이 차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역동이었다. 쉬는 시간, 작은 장난감 자동차 하나를 두고 벌어지는 둘 사이 신경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였다. 서로를 탐색하는 시선과 그 사이를 흐르는 팽팽한 공기, 보이지 않게 오가는 권력과 힘의 이동. 아이들은 이 복잡한 감정을 말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몸으로 느끼고 행동으로 부딪히며, 관계 속에서 자기가 나아갈 길을 스스로 찾아내고 있었다.

서경원 예술가

우리 모두와 공유하고 싶은 글. 다음 책에서 발췌 함.

 

<예술적 상상력: 보이는 것 너머를 보는 힘>_오종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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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 예술을 학습하지 않는다. 우리는 개성을 찾는다. 개성을 지닌 사람은 타인을 시기하지 않는다. 욕심이 아니라 관심을 따른다. 여러 개성이 만나 세상을 이룬다. 그럴 때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도 건강해진다. 삶은 어떻게 살라고 정해져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창조해야 하는 숙제다.

(중략)​

초기 인류는 자연에 아무렇게 놓여 있는 돌을 부수고 깎아 석기를 만들었다. 날카롭게 깨서 찍개를 만들고 한쪽 면만 뾰족하게 다듬어 주먹도끼도 만들었다. 흙을 빚어 도기를 제작해 식량을 저장했다. 자연 사물을 가져다가 형태를 주어 생활에 유용한 물건으로 변형시켰다. 이때 자연의 사물은 도구의 재료가 됐다. 생활에 사용하는 각종 도구 발명은 상상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중략)

도구는 인류가 그냥 뚝딱 만든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을 파악하고 인간 삶을 이해하고, 세상에 필요한 것을 상상하여 자연 사물을 가공해서 나온 것이다. 도구나 규율은 그것들이 나오기 이전에는 아예 없던 것이라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하는 일이다. 사람은 자연이 무엇인지 인간이 무엇인지 사유하고 상상한다. 그리고 상상한 것을 구현한다. 사유하고 상상하는 행위 자체로 그림을 그리고 노래도 불렀다.

6회차 4월 14일(토) 11:00~13:00

주제

의성어, 의태어, 관용어만으로 '숲속 이야기' 창작하기: 크리에이티브 드라마(Creative Dr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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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1. 지금까지 경험한 '의성어, 의태어, 관용어'를 이용하여 숲속 이야기를 창작한다.

  2. 숲속이란 '극적 공간', 그곳에 사는 '극적 인물', 그들에게 일어나는 '극적 사건'을 참여자로부터 시작하고 전개한다.

  3. 의성어, 의태어, 관용어가 사용될 땐 모두가 합창하고 움직인다. 

  4. 모든 참여자는 한 번 이상 사건 또는 상황을 주도한다.

기록

  1. ​크리에이티브 드라마, 다시 말해 실시간으로 드라마를 직조하는 예술행위다. 예술가는 참여자들을 극적 세계로 초대한다. 그곳에 놓인 참여자들이 자유연상을 하고 상상할 수 있도록 예술가는 통제와 개입을 조절한다.

  2. ​용, 지진, 다리(구조물) 공사, 낙하, 진흙, 변신 등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모든 요소를 하나의 맥락으로 엮어낸다.

  3. ​예술가들은 모든 상황을 서술할 때 우리가 경험한 의성어, 의태어, 관용어만을 재료로 사용한다. 참여자들은 익숙한 단어가 나왔을 때 하던 것을 멈추고 합창한 후에 행동한다.

예술가의 시선

김태연 예술가

마지막 수업은 항상 아쉽다. 여느 때처럼 재밌게 놀고, 아이들과 소통하고, 계속해서 움직였다. 투정 부렸다가 웃었다가, 떼를 썼다가도 집중하고, 다른 세상에 갔다가 혼자 남겨졌다가 다시 뭉치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수업을 마무리할 때쯤 몇몇 아이들이 시무룩해졌다. 이유가 뭔지 물었더니,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며 아쉬워하는 아이가 있었다. 그 친구의 한마디에 아이들 모두가 슬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유아 친구들의 공감 능력과 감수성은 부럽다. 나도 슬퍼졌다. 왜냐하면 그들이 진심으로 슬퍼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작 여섯 번째 얼굴을 보는 사이였지만, 서로를 가장 가깝게 껴안을 수 있을 정도의 마음 거리가 형성되었다. 처음 수업 일지를 쓸 때 오늘 아쉬움을 대략 예상하긴 했으나, 막상 이렇게 마주하니 참 아쉽다. 또 여러 회의와 준비를 거쳐 다음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면, 그들에게서는 어떤 마음을 배우게 될지, 나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될지 궁금하다.

이번에는 '말의 힘'이라는 수업을 통해 유아들에게 의성어, 의태어, 관용어를 알려주고 극 속에 녹여내어 뜻과 성질에 대한 놀이들을 해 보았다. 언어는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표현이 되더라. 이번 수업을 통해 참여자들 표현이 조금 더 자유롭고 풍성해지면 좋겠다. 다음 프로그램에서 어떤 장난감으로 아이들과 놀아볼까-하는 고민과 기대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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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웅 예술가

참여자들 순간 집중력은 언제나 놀랍다. 모두 각자 놀이 세계에 존재하다가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 서로 다른 세계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순식간에 '공동 세계'가 열린다. 아이들은 각자 세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속에서 서로 조율하고, 제안하고, 발전, 변형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어쩜 저렇게 말랑할까. 서로 듣지 않고 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잘 듣고 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우주처럼 넓은 '열린 감각'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말의 힘' 수업을 마치면서, 이번에는 아이들을 다른 색감의 렌즈를 착용하고 바라봤던 것 같다. 기존 렌즈에서 다른 렌즈로 아이들을 바라보니 그동안 초록색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으로도 보인다. 언젠가 그들에게서 모든 색감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서경원 예술가

'극적극적 예술공간'에서 기획하고 운영한 두 번째 프로그램 끝!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살뮈의 두 번째 프로젝트, 모든 만남이 귀했다. 작게는 내 아이와 주말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서, 크게는 어린이들을 위한 예술 활동과 작품을 창작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그래서 더 가치 있었고 공들일 수 있었다. 우리와 공간을 믿고 작은 인간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준 모든 보호자에게 감사하다. 그들 신뢰 덕분에 예술가들과 어린이들은 '귀한 경험'을 얻었다. 그 경험이 어떤 씨앗이 되어 어떤 꽃으로 피어날지는 모르지만, 귀한 것임만은 분명하다.

 

아무리 예술 활동을 계획하고 준비해도, 참여자들이 쉬는 시간에 노는 질성과 밀도를 따라잡기 힘들다. 그들의 쉬는 시간만큼만 활동이 진행되어도 매주 엄청나게 성공적(?)일 텐데. 경제력이나 근력, 또는 지식으로 척도를 잡지 않는다면, 우리 어른은 작은 인간보다 한참 뒤처진 종족인 것만 같다. 해당 공간에서 다음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생긴다면 '통제'와 '계획'을 더 내려놓겠다. 그 대신 열린 태도로 그들의 목소리를 극적 요소로 재구성할 수 있는 즉흥성과 창의성을 준비하겠다.

 

주 1회, 6번이라는 짧은 만남. 참여자 특성에 따라 적응 시간도 천차만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빠르고 완벽하게 극적 세계에 놓이게 할 작전이 필요하다. 이 부분을 더 고민할 테다. ​

모든 참여자에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한 번씩은 모두 웃는 모습을 보여줘서 고마워. 우리를 믿고 우리 등에 올라타 줘서 따뜻했어. 이 공간이 더 편해질 수 있게, 우리가 준비한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도록 준비할게.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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