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최종_저용량_지수가누구야.jpg

작품소개 :

이번 청소년극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몇 명의 협력 청소년을 만났습니다. 그들과 워크숍을 함께하면서 새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만남과 관계에 대해 여러 입장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아래 내용은 당시 대화 일부분입니다.

창작팀
“사람이 만나야 서로를 알 수 있고,
그것도 그냥 만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만나야 하고…
그 일이 꽤 힘든 과정이지만,
그래야만 어떤 관계가
생기는 거 아닐까요?”


협력 청소년팀
“지금도 아주 괜찮은데...
꼭 누군가를 만나야 하나요?”

콘셉 :

 “분명 지수는 그런 아이예요.

제가 봤거든요!”

 

'지수'라는 친구가 있다. 지수는 그런 아이라고 하지만, 그런 아이가 아닐 수도 있다. 지수를 바라보는 여러 시선으로 지수가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지수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그럴수록 진짜 지수가 누군지 혼란스럽다. 그러다 진짜 지수가 나타난다. 도대체 지수는 어떤 아이일까? 

시놉시스 :

지수가 학교에 안 나오자 올해 초임 교사이자 감성 충만한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을 나무란다. 교과서를 건네면서 시험 범위를 알려주고 오라는 선생님, 아이들은 반강제적인 이 심부름 때문에 지수가 일하는 곳으로 향한다. 아이들은 지수를 기다리면서 지수에 관해 이야기한다. 소문인지 거짓인지 진실인지 상상인지 모르지만, 지수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한다.

김관희.jpg

배우 김관희

"전 자꾸 지금 지수랑
옛날지수가 겹쳐보여요.
시간을 같이 보낸 사람은 알잖아요.
(중략) 우리는 여기 있지만,
(사진을 가리키며) 여기에도 있고,
(머리)여기, (마음)여기에도 존재해요."

 

작품 속 지수를 만나면서 '정말 안다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게 돼요. 누군가를 잘 안다는 것이 가능할까? 잘 안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을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지수와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은우는 지금 보이는 지수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지금의 지수가 있는 동시에 옛날 지수, 시간 속 지수의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아는 거죠. 그러면서도 자기 기준으로 지수를 정의 내리지 않아요. 그런 점에서 은우가 뱉는 저 말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요.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바라봤을 때 낯선 순간이 있는 것처럼, 앞으로의 나는 지금과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몰라요. 이런 생각으로 내 주변 사람들을 떠올려봐요. 내가 혹시라도 다른 사람을 보이는 대로 판단하려고 하진 않았는지, 잘 안다고 섣불리 행동하진 않았는지요. 어멋! 작품이 어느새 제 삶에 녹아들어 숨 쉬고 있네요(웃음).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달라지고 있는 지수를 재미있게 만나고 있어요. 지수야...! 넌...너야!!!

고봉주.jpg

배우 고봉주

"아주 잠시 동안이지만

그렇게 비워진 상태가 되면,

서로 살짝 통하는 기분이 들어요,

아무 말 안 해도."

 

‘지수는 왜 말을 안할까?’ 작품을 만났을 때, 제 첫 질문이었어요. 말을 하지 않으니까 오해가 쌓이고, 상상만 커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수가 입을 꾹 다문 이유는 도대체 뭘까요? 지수 안에는 얼마나 복잡하길래 입을 다문 걸까요? 그 복잡함이 아주 잠깐 비워지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그 순간이 지수에게 있다니… 다행이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요.

물론 지수도 현정이와 똑같이 느꼈는지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이 말을 하는 현정이도 지수만큼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아니, 우리 모두는 각자 나름의 복잡함을 가지고 있어요. 저도 그렇구요. 그래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나는 뭐할 때 비워진 상태가 될까?’, ‘말하지 않아도 통한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나?’ 글쎄요, ‘그럼 나도… 맞담배를 펴야되나…?’

박진선.jpg

배우 박진선

"됐고! 바빠 죽겠는데
뭘 마음을 나누고 구멍을 채워?

지금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요샌 무조건 쉽고 빠르게 가야 돼."

 

10초도 안 되는 시간에 빠르게 지나가 버리는 이 대사요. 이 대사를 들을 때마다 제 고등학교 모습이 스쳐 가요. 그때도 분명 모든 게 바쁘고 할 일은 넘쳤는데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 엄청나게 고민했던 것 같거든요.

 

고민했다는 건 시간과 마음을 쓰고 있다는 걸 반증하는 거기도 하구요. 관계에서 나만 에너지를 쏟고 있나, 늘 내가 먼저 연락하나... 별거 아닌 고민으로 갑자기 핸드폰에 있는 연락처를 모두 지우고 먼저 연락이 오는 친구들은 다시 저장하기도 하고 별 이상한 짓은 다 했던 것 같아요.

 

진짜 마음을 나누는건 뭘까에 대해 고민이 가득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나는 지금 어떻지? 지금의 나는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필요에 의해서만 연락하는 사람'이 아닐까하는 고민을 하게 됐어요. 음... 앞으론 필요한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이미 머릿속으로 걸러버린, 필요하지 않은 말들도 많이 해야겠어요.

현슬기.jpg

배우 현슬기

현   정 : 걔 친구가 있긴 있구나.
아이들 : 친구는 아닌데...

현   정 : 니들 정말 친구 아니구나?ㅎ
아이들 : 친구가 아예 아닌 건 아니고...
현   정 : 애매한 사이, 같은 반을 공유하는 지인들, 
뭐 그 정도?

지수가 누구인지 찾아가고 있어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답이 정해져 있지 않기에 더 생각하게 해요.

처음에는 저의 학창 시절에서 지수 같은 친구가 있었나, 되돌아봤을 때 없었던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몇몇 얼굴들이 떠올랐어요. 자기만의 세계가 있었던,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했던, 나와는 친하지 않았던 친구들...

내가 관심을 두고 깊이 사귀지 않았기에, 지수 같은 친구가 있었어도 모르고 지나갔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누군가에겐 내가 지수 같은 친구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구요.

 

삶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는데 함께 있는 동안 내가 얼마나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알고자 했나, 사람을 어떻게 만나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드네요.

​초연_낭독 쇼케이스(2020)

b4ba78638bf8f5b586bf31c35096f323_1603359803_1639.jpg
ffa88527314a41117e538dad86717781_1601897570_5108_edited.jpg
bottom of page